(개역한글)
그리고 지금은, 참되고 정신차린 말을 맨정신으로 할 수 없는 시대다.
수십 명 제복 차림의 남녀가 “고객님”을 “사랑”한다고 웃으며 외치는 시대. “저는 열정과 패기와 비전이 있는 인재입니다” 운운하는 몇 겹의 모순으로 포장된 자기서술이 가능한 시대. “avc=mc=p일 때 최대 이윤이 달성된다” 따위의 유사-물리학이 강의되고 암기되고 복사되는 시대. 리비도가,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마케팅”이, to부정사의 이러저러한 용법이, 후삼국시대가 원래부터 거기 있어왔다는 양 전제되는 가정들, 그리고 실제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전제를 가정하여 성립되는 명제들. 토대가 없는, 토대와의 결별을 숭배하는 아스팔트 문명. 카지노 타운 문화. 그냥 그렇게 될 줄 믿으시면 아멘 하시라는 말을 듣고 그냥 아멘 하는, 그래서 사실은 아무것도 믿는 바 없는 아멘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보고도 우리는 금융을 근본적으로 의심하지 못하고 있으며, 압박 면접 같은 것이 극소수의 경우에만 유효한 인사 선발 방식임이 명백하게 주장되고 있는데도 너도나도 그것을 따라하고 있고, 우리는 마치 이 모든 insanity에 발맞춰야 한다는 듯 매일같이 서점에 열다섯 겹으로 쌓이는 “주목받는 신간”의 제목의 요구에 충실히 부응(하는 시늉을 하기 위해 그 책을 열심히 구입)한다. 주목받는 신간이라고? 장난하냐? 그럼 열다섯 겹으로 쌓아서 복도 한가운데에 거추장스럽게 늘어놓는 책이 주목받지 않고 배겨?
맨정신을 되찾자. 맨정신으로 세상을 다시 보자. 그리고 충분히 경악(驚愕)하시라.
주목받는 신간이 사실은 주목받는 것이 아니라 주목을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압박 면접이란 참말이지 면접이고 뭐고를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서 도저히 주고받을 만한 대화가 못 된다는 것을, avc니 mc니 하는 용어가 괜히 헷갈려서 그렇지 사실은 파는 만큼 본전을 뽑아야 장사가 된다는 것쯤 동네 점빵 할머니도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 중 누구도 “고객”이 아니며 저들 중 누구도 누군가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좀 까발릴 필요가 있다. 먼저는 자기 자신에게, 그 다음에는 주변에, 할 수 있다면 온 세상에. 맨정신으로 세상을 보면 정말 끔찍하다. 그곳은 거짓말이 횡행하고 자기기만이 사방에 뒹굴며 허위의식이 온 천지에 가득한 곳이다. 당신은 이 거짓을 견디는가? 도대체 어떻게? 그리고 왜? 내가 대답해 볼까? 당신이 이 지구상의 거짓말과 자기기만과 허위의식을 감내하거나 즐기거나 묵인하고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당신이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베스도의 말을 빌리자면, 그렇다, “니(들)가 미쳤도다! 네 많은 학문이 너(희)를 미치게 한다!”
필요한 것은 학문이 아니라 맨정신이다. 용어가 아니라 건전함이다. 공식이나 법칙이 아니라 조리와 분별이다. “어떻게”에 대한 맹목적 천착이 아니라, “왜”를 끊임없이 재점검하는 참되고 정신차린 말들이다. 그 결과는 어떤 믿음일 수 있겠지만, 맨정신이 된 사람들 중 누구도 믿으시면 아멘 하라는 말을 듣고 그냥 아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참된 말도 아니고, 정신차린 말도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당신이 sane하다면 당신의 말을 듣고 누군가는 벌떡 일어나서 당신에게 미쳤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어야 할 터이다. 당신 뭐야,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정말 못 들어주겠군요, 어떻게 그런 소릴 감히 이런 자리에서, 당장 나가세요. 왜냐고? 이 세상은 정말이지 insane하기 때문이다.
문득 정신을 차려 보라. 눈을 감고, 잠시 당신의 머릿속의 그 많은 학문들이 주는 생각을 비우고, 다시 눈을 떠라. 아주 새삼스럽게, 목전의 세계를 다시 목격(目擊)하라. 그리고 ‘맨정신으로’ 당신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것이 무엇인지 증언하기 시작하라.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게 놀라고 분개할 것이다.
(codename sane_interview, project initialized by yuptog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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