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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 애니를 보면 화려하다 못해 진저리가 날 정도로 기술력과 작화력이 뛰어나다. 그런데 나는 옛날에 봤던 셀화 애니를 다시 꺼내서 보고 있다. 요즘 리듬게임들은 최신가요를 대규모로 들여오고 터치스크린을 동원하는 지경이지만 여전히 내가 선호하는 게임음악들은 EZ2Dj 첫 버전의 곡들이다. 요즘 충무로를 보면 헐리우드 뺨치는 대단한 마케팅과 특수효과로 볼거리는 참 많아졌다. 그런데 정작 그리워지는 영화는 따로 있고, 오히려 제2그룹 제작진의 '뜻밖의 수작'들에 더 관심이 간다. 신간들은 홍보 면에나 내용 면으로나 점점 규모도 커지고 뭔가 장대해져 가지만, 난 자꾸만 베스트셀러 코너를 피해다니는 대신 탐험이라도 하는 양 학교 도서관 서가 한구석으로 들어가보게 된다.

오늘날 만화, TV 프로그램, 라디오, 잡지, 영화, 음악, 도서, 게임 등등의 모든 '서사' 산업들을 보면 어딘가 총체적으로 빈곤하다. 스케일은 어마어마한데 내용은 없고, 많은 것이 가능하지만 정작 '땡기는' 것은 없다. 거기서 나온 내 결론은 이것이다. 규모가 필요를 보장하지 않는다. 우리가 진짜로 즐기고 싶어하는 것들은 이런 게 아닐 것이다, 라는 생각이 막연하고도 강력하게 닥쳐온다. 괜히 혼자 극장에 가 봤다가 그냥 돌아온, 아니면 드라마 전문 클럽박스 ㄱㄴㄷ목록을 보다가 닫아버린 경험이 있다면 공감할 것이다. 정말로 나는, 그들은 이런 것들을 보고, 듣고, 즐기고 싶어하는 것인가? 그저 주어진 선택이기 때문에 개중 그나마 나은 걸로 고를 뿐이라면, 대체 이게 뭐 하자는 짓인가? 좀 심하게 말해서, 혹시 어쩌면 이 모든 현상이 그 반대로, 오히려 내용이 없기 때문에 규모라도 키우고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이 악덕 카르텔에 반대하는 보이콧이라도 해야 되지 않나?

필요, 다시 말하면 정말 즐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강력한 인식이 절실하다. 너무 풍요롭다. 너무 규모가 큰데다가 규모가 그 요구를 견인하려는 경향마저 생기고 있는 듯하다. 성경책이 그렇게 스펙터클한가? <폰부스>와 <메멘토>는 마케팅으로 성공한 작품인가? '쿠타' 게임 시리즈가,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이, '지식채널e'가 재미와 감동 이외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에도 과연 그렇게나 히트할 수 있었을까? 필요가 필요하다. 진짜로 즐겁고 가슴에 남는 이야기 한 토막이 절실하다.

P.s 그래서 말인데 시대착오진흥원 방송분 30개쯤 나올 정도로 소재가 발굴이 되는 대로 KBS 라디오국에 좀 찾아가봐야겠다. 우선 이걸로 데뷔해야 된다. 너 평범한 인생 못 산다는 거 알잖아.

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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