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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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무개념 무개념 그러는데 그렇게 무개념하면 작개념해서 용개념하면 되지



재미에는 크게 두 가지 재미가 있다. 중추적 재미와 말초적 재미.

말초적 재미는 여러분이 아시는 그 용례가 맞다. 오감을 자극하고 일차적으로 쾌감을 주는 재미.

중추적 재미는 좀더 구조적이랄까 신적인 재미이다. 정신 욕구를 자극하고 거대한 것과 체계와 관련된 재미.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때라든가 대규모 조직을 내 맘대로 굴릴 때 등의 상황에 느끼는 것.

핵심은, 마치 신경계가 말초와 중추로 이루어져 있듯, 재미도 두 가지 재미가 동시에 추구되어야 한다는 데 있다. 전자만 추구되면 중독이 되고 후자만 추구하면 지루해진다.


아 또하나 쓸게있었는데 기억안난다 ㅁㄴㅇㄹ 좀따 또 써야쥐

ㄹㄹㄹ난 오늘도 자작 개념이 늘어간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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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얘들아, 이제 슬슬 대통령 바뀔 때도 됐는데 어떡하지...?





안철수 출마선언 기념으로 (그리고 할일이 없어서) 올림.

떡밥들이 쉬어터지긴 했지만 뭐 적절한듯하다. 세상에 슈스케 3이라니...


방송국 가시내를 생각하다 보면 이런거 그리면서 잉여잉여하던 병장말년 그때가 아주 가끔씩은 살짝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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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겜본부 티스토리에 기고했던 글. 블로그에 안 옮긴 모양이라 백업. 다시 읽어보니 참 급하게 썼다는 생각이 든다. 좀더 잘 구성해서 많은 동무들을 낚을 수도 있었는데 ㅋㅋ)



꿈나무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엽토군이에요.
 
여러분과 게임셧다운제 이야기를 좀 해 보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네? 뭐라구요? 그게 뭔지는 지나가는 특수반 애도 다 안다고요?
그럼요, 누구나 이게 뭔지 잘 알아요.
일정 시간 이상 게임을 절대 못 하게 한다는 법을 만드는 일이에요.
그리고 그게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라는 건 누구나 다 알지요.
저 어른들 빼고 말이에요.

근데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셧다운제를 비웃거나 어른들을 비웃으려고 제가 여러분을 찾아온 것도 아니에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꿈나무 어린이 여러분이 꼭 알았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건, 어른들이 여러분을 꿈나무라고 생각한다는 거에요.

여러분은 꿈나무라는 나무를 보셨나요?
못 봤죠? 유치하게스리, 세상에 꿈이 열리는 나무가 어디에 있겠어요, 그죠?
아무도 못 봤답니다. 돈이 열리는 돈나무는 무슨 동화에 나오는 모양이에요. 하지만 꿈이 열리는 나무란 있을 수 없어요.
(굳이 철학적으로 설명해 주자면, 꿈이란 추상명사고 개념적 존재자기 때문에 물리적 연장을 가질 수 없고 따라서 열매로 열릴 수가 없는 거랍니다. 잘 외워놨다가 어른들에게 설명해 드리면 어른들이 여러분을 무시하지 못할 거에요.)
그런데 왜 어른들은, 세상에 있지도 않은, 혹은 있을 수도 없는 꿈나무라는 이름으로 여러분을 부를까요?
아주 간단해요. '꿈나무' 할 때의 '꿈'이란 여러분의 꿈이 아니고 어른들의 꿈이거든요.

여러분은 꿈이 뭐에요?
대통령이니 소방관이니 아이돌 가수니 하는 건 꿈이 아니고 희망하는 직업이에요. 그건 꿈이 아니에요.
전 세계가 놀랄 만한 아이디어를 낸다거나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남편과 산다든가 하늘을 난다든가 우주정복 같은 게 꿈이지요.
꿈이 없다고 하는 친구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제가 여러분의 꿈을 알아맞혀 볼까요?
아마 일하고 싶을 때 조금 일하고 공부하고 싶을 때 조금 공부하고 남는 시간은 실컷 먹고 놀면서 사는 게 꿈일 거에요.
음... 아니면 할 수 없고요.
근데 그거 아세요? 사실 방금 제가 말한 저 꿈은 20대 이상의 대부분의 일반 현대인이 욕구하는 생활양식이랍니다.
귀족 계급이 자연발생하자마자 노예를 부려먹어가며 맛보았던 삶이기도 하고요.
요즘엔 돈 많이 번 사람들이 전기와 다른 사람들의 노동과 각종 재력으로 아주 드물게 실현하는 삶이기도 하고요.
아니면 진짜 돈 못 버는 아주 적은 수의 어른들이 꿈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이루면서 세상을 등지고 살 때 저렇게 산답니다.
그리구요,
여러분 중 대부분의 부모님은 저렇게 살지 못한답니다.

여러분의 부모님들, 이 세계의 절대다수의 어른들은 정말 불쌍해요.
그분들은 전혀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면서 근근이 돈을 벌어 먹고 살기 바빠요.
논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어요.
여러분이 어른들을 불쌍하게 생각해 주세요.
방학 없이 몇십 년을 사계절 일만 하면서 살다 보면 누구나 그런 어른이 되고 말 거예요.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어른들은 여러분을 열심히 기르신답니다.
좋아하는 반찬 만들어서 거름으로 주고, 강남 8학군으로 데려가서 좋은 땅 좋은 학교에 심어 주고,
두발 검사를 하거나 영어 발음 좋게 하는 혀 수술을 시켜 가면서 가지치기를 하는 거에요.
어른들은 여러분을 갖은 정성으로 사랑을 담아 기르신답니다.
그러면서 생각해요.
나는 어릴 적 꾸었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이러고 살지만, 내가 기르는 이 녀석들은 나중에 꿈을 실현했으면 좋겠다고.
나는 그러니 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그런데 그 꿈은 바로 어른들이 꾸다 잊어버린 그 꿈이지 여러분의 꿈이 아니랍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여러분을 위한 게 아니라 자기를 위한 거고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
만약 여러분의 부모님이 여러분에게 "너는 꿈이 뭐니?"라고 물어본 적이 없거나 그것을 진지하게 들어주시지 않았다면,
그런데도 여러분에게 "다 너 잘 되라고 이러는 거야" 하고 잔소리를 하신다면,
백프로에요. 그건 여러분의 꿈이 아니라 어른들의 꿈이에요.
여러분의 부모님의 사랑은 사실 여러분에 대한 사랑이 아닌 거지요.
자기들이 꾸다 만 꿈 때문에 그러는 것뿐이에요.
슬프지만 정말이랍니다.

왜 이 재밌는 게임들을 못 하게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을 거에요.
그 이유는 간단해요.
게임은 꿈나무인 여러분을 좀먹는 잡초이기 때문이에요.
여러분이 조금이라도 좋은 토양에서 1분 1초라도 더 많은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쑥쑥 자라서 빨리 (어른들의) 꿈을 열매맺을 텐데,
잡초가 주변에서 자라나면서 여러분 주변에서 영양분을 빼앗아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과수원 주인이 잡초를 내버려둘 이유가 없잖아요?
그래서 이번 과수원 주인은 초강력 제초제를 가져와서 마구 뿌려대면서, 여러분도 말라죽게 만들 참이에요.
정말 미안해요. 이 지경이 되도록 아무것도 못 해서.
이렇게 생각하면 어른들이 왜 여러분이 게임 좀 하는 거 가지고 왜 그렇게 아우성인지 이해할 수 있을 거에요.

그런데요, 이 이야기는 잘못됐어요.
아니 솔직히 그렇잖아요, 여러분이 진짜 꿈나무에요?
가지치기를 해야 하고 잡초를 뽑아 없애야 하고 거름을 주고 물을 뿌려줘야 하는 나무가 맞냔 말이에요.
아뇨. 여러분은 사람입니다.
나무는 가만히 서서 자라나면서 크기나 커지고 열매나 맺으면 돼요.
하지만 여러분은 그 이상의 독립적 존재의미를 지닌 엄연한 사람이에요. (어려운 말로는 인격체라고 해요.)
여러분은 하나의 인격체이기 때문에 여러분 스스로가 뭘 원하는지, 뭘 원하지 않는지,
뭐가 꼭 필요한지, 뭐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지 스스로 알 수 있어요.
그리고 그걸 다른 인격체에게 전달하고 서로 이해받을 수 있어요.
그리고 어른들이 여러분을 꿈'나무'라고 부르고 있을 그 때,
어른들은 여러분을 인격체, 사람, 어엿한 인간이 아니라 그냥 나무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거랍니다.
자기들의 꿈이 열리기를 바라면서 자기연민과 개인적 욕망을 반영해서 순 어른들 마음대로 비육하는 한 그루의 나무.

게임을 규제하는 건 정말 사소한 문제에요.
어른들 눈에 여러분이, 사람이 아니라, 꿈을 열매맺기 위해 태어난 나무로 보인다는 게 진짜 문제랍니다.
이 문제만 해결되면 게임셧다운 따위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에요.
여러분이 원하는 것들을 이렇다 할 이유 없이 무조건 안 된다고 막는 다른 어떤 것들도 다 마찬가지랍니다.
그냥 어른들 맘에 안 들어서이거나, 꿈나무 여러분을 기르는 데 방해가 돼서일 뿐이에요.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드릴게요.
당장 부모님이나 선생님, 다른 어른들께 가서 물어보세요.
나를 꿈나무라고 생각하느냐고.
그리고 어른들의 대답을 한번 들어 보면서 왜냐고 물어 보세요.
그러다 보면 여러분도 너무 기가 막혀서 대꾸하고 싶어지기 시작할 거에요.
대꾸하세요.
어른들의 대답을 또 들어보세요.
계속 대꾸하세요. "나도 인격체예요" 라고 말하세요.
어른들은 아마 너무너무 놀라서 벌벌 떨 거예요. 아니면 "그래서 내가 너한테 뭘 해 달라는 건데?"라고 화를 내실 거예요.
그때부턴 여러분의 솔직한 마음을 진지하게 말하세요.
어른들이 여러분의 말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않고 무조건 "공부해라", "까불지 마라" 화를 내시면 다시 물어보세요.
내가 당신들이 기르는 꿈나무냐고.
난 당신들이 기다리는 당신들의 꿈을 열매맺어 줄 생각이 병아리 눈꼽만큼도 없다고 말해 버리세요.
그 다음부터는 여러분이 아마 잘 해 나갈 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긴 글을 읽을 줄 아는 친구들이라면 할 수 있어요.

여러분, 저는 게임을 거의 안 해 봤어요.
서든어택이 얼마나 재미있는 게임인지, 스타크래프트는 어떻게 플레이하는 거고 뭐가 이기는 건지도 몰라요.
그냥 옆에서 기웃기웃 구경했을 뿐이에요.
그래서 저는 재미없는 어른입니다.
세상을 사는 여러 재미 중 게임의 재미는 잘 모르는 불쌍한 대학생이에요.
저처럼 되지 마세요. 실컷 게임하세요.
나중에 커서 놀라는 건 어른들의 잘못된 가르침이에요.
제가 그 말 듣고 '내가 게임을 안 배우는 건 잘하는 거야' 하면서 컸는데 지금 땅을 치고 후회해요!
게임이 너무 어려워서 배우지 못하겠거든요!!!

노세요. 경찰서에 끌려가지 않을 수준에서 미친듯이 노세요.
삶을 즐긴다는 게 뭔지 배울 수 있을 때 배우세요. 생의 행복을 기약 없는 미래에 담보잡힌 불행한 강박적 보육자 혹은 속물스러운 욕망을 다른 인격체에게 일방적으로 투영하고 강요하는 욕구불만에 가득찬 가엾은 기성세대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에요.
여러분의 즐겜을 기원합니다. 진심으로.
엽토군 드림.


2012년 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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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안철수 힐링캠프 출연 관련 트윗들 보다가 이런저런 생각이 나서 정리해서 올립니다. 비유로 돼 있으니 이해를 하기 어려우면 주석을 봐 주세요.




사회란 무엇인가? 무릇 사회란 오늘[각주:1] 점심 뭐 먹을지[각주:2]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집합이 아닌가? 혼자 점심을 때워야 하는 사람은 하여간 스스로 내린 결정을 스스로에게 집행시켜[각주:3] 혼자 우걱우걱 뭔가를 먹을 테니 문제가 안 되지만, 둘 이상의 사람이 모여 "야 너 밥 안 먹었지 나도 안 먹었어, 그래 오늘 점심 어떡할까"라는 질문이 오고가는 순간 이것은 인류 지구출현 이래 가장 심각하고 만연한 당면 위협이 되어 복수의 인간을 '사회'로 만든다. 농경혁명 이전에는 산열매나 짐승을 채렵해 오는 것이 큰 문제였고, 산업화 또는 상품작물 재배 이전까지는 없는 살림에 어떻게 몇 없는 반찬들을 조금이라도 더 맛있게 만들어 먹어볼까가 큰 문제였다면, 수많은 점심식사 서비스[각주:4]가 흥망성쇠를 거듭한 오늘날 우리에게 점심을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는 다음과 같은 잘 설계되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세련된 질문으로 요약된다. "짜장[각주:5] 먹을래, 짬뽕[각주:6] 먹을래?"

짜장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비용 대비 최대 포만감[각주:7]을 자랑하는 점심밥의 지존이 아닌가? 대국의 소스와 야채와 면발[각주:8]을 선진국의 조리기구[각주:9]를 이용하여 급하고 대차게 볶아 짜고 맛있게 빨아먹는 그 맛은 과연 반도의 민족이 기다려왔던 맛인지도 모른다. 한때 우리는 실로 짜장면이란 것을 한 번 먹어보려고 애쓴 시절이 있었거니와 지금은 정 별미가 생각나지 않을 때[각주:10] 크게 실망스럽지 않은 선에서 선택하는 대단한 메뉴가 되었다. 한편 짬뽕이란 무엇인가? 스트레스 해소[각주:11], 짜장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별미[각주:12], 한번 맛들이면 잊을 수 없는 그 진득한 고추기름의 매운 국물은 또한 우리의 입맛에 크게 벗어나지 않을뿐더러 심지어는 짜장보다 짬뽕, 더 나아가서는 짜장을 배격하고 오직 짬뽕인 자만이 있을 정도로 또한 쟁쟁한 선택인 것이다. 지난 몇십 년 간 선조와 선배들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 두 메뉴를 적절히 '돌려 먹는[각주:13]' 것이 당장 점심을 때우는 가장 간편하고 안전한 방편임을 깨닫고 이를 우리에게 물려주었다. 오늘도 우리는 직장에서, 동아리방에서, 촬영지에서, 투표소에서 묻고 또 묻는다. "짜장 먹을래? 짬뽕 먹을래?"


그러나 과연 우리는 매일, 매주, 매년 이 질문을 되풀이하는 것으로써 점심밥을 먹고 살아가는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인가? 여기에 만족하면 그만인가? 결코 그럴 수 없다. 첫째로 뭐든지 맛맛으로[각주:14] 먹어야 한다는 근본적 욕망[각주:15]이 문제된다. 매일같이 짜장 아니면 짬뽕을 강요하는 일터는 아무리 "중식 제공"[각주:16]이라는 후한 조건이 걸려 있다 하더라도 점점 싫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은 더 이상 선택이나 고민이 되지 않기 때문이며, 오히려 점심을 매일 직접 골라먹는다는 인간의 즐거움을 말살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어제는 짬뽕 먹었으니까 오늘은 짜장" 따위의 점심을 고르는 태도는 마침내 주문전화번호[각주:17] 또는 다른 종류의 점심밥[각주:18]을 잊게 하고 주방장 위주로 공급되는 점심시간[각주:19]을 만들고 말 것이다. 어느 날 울면이 먹고 싶어 엉엉 울더라도 주방장이 "울면 안 돼" 하면 그만인 점심시간을 원하는가?

둘째로 점심밥의 형태가 본디 다양한 것임을 망각할 위험이 있다. 중식 제공이란 말이 중국식 식사 제공의 줄임말은 아니지 않은가? 중식을 제공해 준다는 곳에 가기만 하면 으레 "짜장이냐 짬뽕이냐" 질문을 받던 필자는 과연 중식 제공이란 중화요리를 제공한다는 뜻이거니 이해했었으나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크게 깨달은 바가 있다. 실로 그렇다. 우리는 각자 도시락을 싸 올 수도 있고[각주:20], 다같이 시켜먹을 수도 있으며[각주:21] 몇 개 그룹을 만들어 알아서들 먹고 오라고 정해줄 수도 있다[각주:22]. 우리가 짜장 아니면 짬뽕으로 통일해 시켜먹게 된 것은 과정상, 통념상 그리 된 것일 뿐 어떠한 형이상학적 필연성도 없는 대단히 실용적이고 실천적인 행동의 누적일 뿐이고 따라서 "야 안되겠다 내일부터는 각자 도시락을 싸오자"라고 하더라도 사실 놀라거나 화를 낼 일이 전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이런 제의에 반기부터 일으킨다. 매번 현금 걷는 문제[각주:23]라든가 메뉴의 다양성 추구라든가 어떤 이유가 있을 텐데 왜 그 이유를 듣는 게 아니라 반대를 하게 되는가? 짜장이냐 짬뽕이냐의 점심 식사 방법의 생리가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짜장이냐 짬뽕이냐'와 같이 협소한 선택만을 하고 살다 보면 소모적이며 비본질적인 오해와 논쟁과 관심사에 쏠리기 십상이다. 간짜장이니 쟁반짜장이니 해물짬뽕이니 삼선짬뽕이니 사실상 다 거기서 거기인 선택을 가지고 '짜장을 희한하게 먹는다[각주:24]'느니 '진정한 짬뽕이 아니라[각주:25]'느니 취향의 문제를 걸고넘어지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짬뽕 시켜서 양파는 안 먹고 단무지하고만 먹고 있는 사람한테 "야 니가 다마네기[각주:26] 다 먹었냐"라고 무안을 주게 만든다는 것이다. 다마네기가 뭔지도 모르는데다 다마네기를 실제로 맛보지도 않은 사람이 "다마네기가 뭔지나 알아야 먹을 것 아니냐, 다마네기를 줘 봐라"라고 역정내어 싸움이 붙을 때 어떤 이간질 잘 하는 사람[각주:27]이 "아, 다마네기란 단무지의 일본말이야"라고 거짓된 정보를 뿌리면[각주:28] 싸움은 수습할 수 없는데다가 다음과 같이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그래 내가 '다마네기'를 좀 먹긴 했어 근데 먹으면 안 되냐?" (사실 그는 다마네기를 전혀 먹지 않았다.) "안 되지! 난 맛도 못 봤는데 다 없어졌으니까." (사실 그의 앞에 놓여 있던 다마네기들은 이 싸움에 반응하지 않고 묵묵히 짜장만 먹고 있는 그의 옆 자리 몇 명[각주:29]이 다 먹었던 것이다.) "그깟 다마네기 좀 먹으면 어떻다고 그러냐? 나도 돈 내고 먹는 거 아니냐?" "나는 뭐 돈 안 냈냐? 너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야?"


이것이 우리 사회의 꼬락서니다. 지극히 오랜 세월 우리는 점심을 거르지 않는 것만으로도 벅찼는데, 이제 점심을 챙겨먹는 세계가 된 이후로 우리는 짜장을 동경했고 짬뽕에 매료되어 이 둘만 있으면 점심시간은 어떻게든 언제까지고 만족스럽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짬짜면을 시켜먹을 것이냐 하면, 마치 실제로 짬짜면의 인기가 형편없듯이, 그것이 근본적 해결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그렇다고 다시 각자 수렵을 하는 세상으로 돌아갈 것이냐? 그것도 답이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필자는 여기서, 서로를 알 만큼 알고 합의를 할 줄 아는 친구들이 누군가의 집에 모여 마냥 점심 문제를 가지고 고민만 하고 있을 때 으레 해 주는 대답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그냥 있는 거 가지고 대충 만들어 먹자[각주:30].

필자는 감히 도전한다. 왜 이게 안 되는가? 아무리 의심하려 해 보아도 의심할 수 없는 것은, 우리가 굳이 어디에 전화를 해서 우리가 먹을 점심을 남한테 시켜야만 하는 상황[각주:31]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그랬다. 짜장면과 짬뽕은 강력한 추천메뉴였고 신문물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점심을 때우는 방법 중 하나일 뿐, 절대 완전한 양면적 선택이 아님은 분명하다. 게다가 우리의 냉장고에는 의외로 지금껏 짜장과 짬뽕과 기타 온갖 별미를 동경하며 주워 오고 기르고 사 오고 쌓아 놓은 식재료[각주:32]가 적지 않다. 게다가 우리들 중 누구도 요리를 할 줄 아는[각주:33] 사람이 없으리라고도 나는 생각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첫째 점심밥을 먹는 것이요 둘째 즐겁게 다같이 밥을 먹는 것이지, 절대 짜장이냐 짬뽕이냐의 인습에 가까운 기계적 양자 선택을 반복하며 평균 이하의 집단적 만족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물론 다같이 조리하고 상을 차리는 과정은 손이 가고 귀찮고 쉽지 않을뿐더러 시켜먹는 음식과 같은 본새도 나지 않을 것이다.[각주:34]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필자는 다같이 만들어 먹는 점심식사를 가지고 싸움이 일어난 사례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요리를 만드는 과정은 굉장히 많은 합의와 양보와 이해와 협동에 기초하기 때문에 싸움이 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며, 좀 늦어지더라도 모두가 수긍, 만족, 또는 그 이상을 경험할 수 있는 점심밥을 원한다면, 그리고 여태껏 짜장이냐 짬뽕이냐로 어쩔 수 없이 점심을 통일해 왔던 지난 점심시간들을 반복하기 싫다면, 이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시도해 볼 만한 방편이 아니겠는가?

사회란 제사(社)를 지낸 뒤 젯밥 먹으려고 모이는(會) 동료(societas, 소시에타스)들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그렇다. 그렇다면 사회가 점심을 먹는 방법이 짜장 또는 짬뽕 둘 중 하나만을 시켜먹는 것으로 한정될 리는 만무하다. 게다가 우리가 만들어 먹을 수 있다면, 그래서 모두가 어느 정도 이해하고 납득한 모양의 밥을 다함께 나눠먹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렇게 지어 먹을 정도의 재료가 이미 충분히 우리에게 있다면, 좀 늦어진, 좀 더 탄, 좀더 라면스프 맛이 나는 식단이면 뭐 어떻겠는가. 이제 우리가 먹고 싶어하는 것은 그런 밥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실, 그런 밥을 지어먹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제 충분히 '놀러온' 것과 같은 경험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고[각주:35] 이제 중화요리만 연속으로 내리 먹는 시절은 지겹기도 하지 않은가.





  1. "단기적 의미에서" [본문으로]
  2. "어떤 사회적 가치/공동선/이득을 추구할 것인가" [본문으로]
  3. (인민의 자기통치 상태, J.S.밀의 최고 이상적 민주주의) [본문으로]
  4. "사회 이념/체제" [본문으로]
  5. "자유자본주의" [본문으로]
  6. "사회민주주의" [본문으로]
  7. "효율/산출량" [본문으로]
  8. "자본" [본문으로]
  9. "제도체제" [본문으로]
  10. "다른 정치/경제체제를 생각할 수 없을 때" [본문으로]
  11. "민중 분노 표출" [본문으로]
  12. "자본주의와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규범과 시각" [본문으로]
  13. "그때그때 비중을 두어 양자택일하는" [본문으로]
  14. ('이것저것 여러 맛을 골고루'를 뜻하는 우리말입니다.) [본문으로]
  15. "오로지 양극단 체제의 힘겨루기만이 답인가에 대한 직관적 의구" [본문으로]
  16. "형식적/절차적 헌법/국가질서의 보장" [본문으로]
  17. "투표 감각" [본문으로]
  18. "대안적 사회체제" [본문으로]
  19. "파시즘" [본문으로]
  20. "무정부주의 내지는 극단적 개인주의를 꾀할 수도 있고" [본문으로]
  21. "합의된 사회적 가치/이득을 공동으로 추구할 수도 있으며" [본문으로]
  22. "지방분권제 또는 연방제를 실행할 수도 있다" [본문으로]
  23. "사회적 비용의 분담 문제" [본문으로]
  24. "자유를 저해하는 자유주의를 추구한다" [본문으로]
  25. "원조 사회주의를 배반했다" [본문으로]
  26. "복지" [본문으로]
  27. "악덕 매스미디어" [본문으로]
  28. "핵심 개념과 대상에 대한 잘못된 인식의 틀을 제공하면" [본문으로]
  29. "담합한 대기업과 사회 기득권자들" [본문으로]
  30. "양자택일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전혀 새롭고 처음 겪어 보는 선택을 찾자" [본문으로]
  31. "선진국의 사례나 외래 사상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수준" [본문으로]
  32. "자본" [본문으로]
  33. "저력과 역량이 있는" [본문으로]
  34. "전혀 다른 우리만의 방법을 합의하고 도출하고 찾아가는 과정은 비용이 들고 오래 걸릴 뿐더러 본격적인 짜임새를 갖기도 어려울 것이다" [본문으로]
  35. "그런 사회적 시도를 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진취적으로 흥미진진한 역사적 모험을 할 수 있는 것이 되었으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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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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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디지털방송... 어떡할 거야?;;





김연아 선수 은퇴선언 기념 재고방출.jpg

와 지금 다음클라우드>가시내 폴더 보는데 소재가 다 썩고 쩔었어 다 새로 그려야돼 우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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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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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아침이다!


아따 참말 오래간만이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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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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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2012. 5. 15. 13:12

이게 절대 내일 있을 1년차 야비군훈련을 앞두고 싱숭생숭해서 쓰는 건 아니고...

거의 두 달 뒤[각주:1]면 전역 1주년이 됩니다. 참 보람차고 빽빽하게 지낸 한 해였습니다.


머리 꼬리 자르고 통보하자면, 제가 지금 잉여가 아닙니다.

주로 @SYWAM과 @theveryflier(그리고 애니메타 기록갱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데, 이거 하고 나니 다른 거 할 여력이 안 남아버리는 반도의 흔한 고자라니! 내가 고자라니! 이십대 미청년. ㄳ


자연히 블로그 관리가 소홀해지고 있습니다.

방송국 가시내라든가 폰트 제작이라든가 번역질이라든가 영 못하고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몹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죠시라쿠가 출동하면 어떨까? 여! 자! 락![각주:2]

하여간 좀 창조적인 일과 결과물로 여러분을 맞지 못하는 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최근 현안들에 대해서 간단히 적겠습니다.

1. 레이디가가로부터 촉발된 교리와 성관념 갈등 문제: 나는 이것조차도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이것은 관념적, 피상적, 추상적 인본주의와 근본적, 교조적, 부차적 신본주의의 대결구도입니다. 내 생각, 내 몸, 내 성별과 내 목숨이 내 것이라는 생각과 그렇지 않은 거라는 생각의 부딪침 말이죠. 보시는 바와 같이 여기선 논리적 타협점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동성애를 싫어하고 사람을 사랑하려고 합니다.

2. 총선 이후 진보진영 낙착 문제: 그들이 국민은 대변하지 않고 자기들을 대변하는데 당연히 스스로 걸려 넘어지게 돼 있었던거죠. 물론 과대평가된 진보신당의 지지도 문제였습니다. 이제 문제는 이명박을 반대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걸 얼마나 빨리 깨우치고 오답노트를 만들어 내느냐는 문제인데, 여전히 딴지일보는 정신 못차리고 모두가 병신인 줄 아는 정권을 병신이라 부르는 에너지 소모를 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나꼽살, 다 팟캐스트로 다 다운받아놓고 못 보고 있습니다.

이명박 퇴임까지 300일이 안 남았으니 그걸로 버팁시다.[각주:3]


P.S. 저에 관해 가장 빠르게 아시려면 트위터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1. July 18, the independence day of yuptogun [본문으로]
  2. 죠시라쿠 죠시라쿠 그러는데 요즘 일본 애니/라노베 시장이 제목을 이따위로 짓는 것에 분개하여 그리고 현지인이 느낄 감상을 고려하여 저는 じょしらく를 여자락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오역된 초역을 기대하시라. [본문으로]
  3. 나 이번 총선때 찍은 16번 정당투표 이거 어디갔어? 내 표 어디갔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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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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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강령

2012. 4. 26. 16:22

기획이란 없던 일을 만들어내는 짓이다. 따라서 태반은 되지 않는다. 그게 현실이다. 바로 그것, 무로의 회귀, 보통은 실현되지 않는다는 현실과의 사투가 바로 기획이다. 그 싸움에서 이겼을 때, 이 세상에 꼭 필요했던 무엇이 하나 탄생하는 순간을 상상하며 전율과 경외감 속에서 기획하라.

 

  • 제1강령: 혹해야 한다.
    치명적인 매력이 있어야 한다. 보통은 재미와 우스움이지만 그 밖에도 오리지널함, 아름다움, 기본 욕구를 해소시켜 줌, 공감 등의 기본적인 인간의 선호가 존재하는데, 이것을 그 기획만의 별다른 모습으로 충족시켜 주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을 갖춘 것을 보고 혹한다고 한다. 절대 당신의 이름을 드높일 생각으로 기획해선 안 된다. 그런 사심이 투입된 것치고 근본적으로 혹하는 것을 나는 아직 찾지 못하였다.
  • 제2강령: 될 것 같아야 한다.
    될성싶지 않은 것에 투자할 바보는 없다. '되면 한다'라는 말은 결코 농담이 아니다. 그 기획에 투자하거나 투신할 사람들이 좋은 뜻으로든 나쁜 뜻으로든 기본적으로 취하는 태도가 바로 될성싶으니까 까짓 한 번 해 본다는 심정인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안 될 것 같으면 바로 어조를 바꾼다. 명심해야 한다. 만약 될 것 같지 않겠으면 될 것 같은 정도와 방향과 방법과 대상으로 바꾸어서라도, 될 것 같게, 그럴듯하게, 하려면 할 수는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기획이 통과된다.
  • 제3강령: 되어야 될 일이어야 한다.
    보통 기획이란 아주 단순한 개인적 일차적 욕망 또는 갈구에서 시작한다. 그 일들의 태반은 굳이 이루어질 필요가 없거나 이루어져선 안 되거나 이루어졌을 때 별로 좋지 않았던 일이다. 그 기획이 실현되어야 하는 이유를 찾아라. 내 기준으로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들먹일 수 있을 때까지 찾아야 한다. 듣기 좋은 말로 둘러대라는 뜻이 아니라 스스로가 납득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진짜 이유를 탐험해서 발견하라는 뜻이다.
  • 제4강령: 내재적인 지구력이 있어야 한다.
    지구력이란 대단한 힘이다. 무슨 일이든 똑같이 30년간 하면 TV에 출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기획을 이끌어가는 근본적인 힘은 재력도 인력도 아니다. 기획 그 자체의 지구력과 치명적인 매력이 그 기획을 끝까지 끌고 가는 법이다. 1주 전에 꺼냈던 기획이 오늘 막막하다면, 당신은 기획을 한 게 아니라 개꿈을 꾼 것이다. 어떡하면 이것을 계속하여 이끌고 갈 수 있게 할까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올려놓고 풀어라. 여기엔 인력과 재원의 문제가 포함된다. 투자금이 없어 기획하지 못한다는 것은 틀린 표현이다. 기획에 장기적 생존 능력이 없어 보이니까 투자하지 못하는 것이다.
  • 제5강령: 그 기획의 설명을 아주 길게도 아주 짧게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 요컨대 스스로 뭘 기획하고 있는 것인지 더 명확하고 철저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기획들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전 전제 설정 설명이 있다. 이게 많으면 많을수록 설득력이 떨어진다. 딱 세 문장으로, 딱 두 문장으로, 딱 한 문장으로 그 기획을 설명해본 뒤 1000자 이상의 글로, 3000자 이상의 글로 다시 설명해 보자. 할 수 없다면, 지금까지 당신은 그냥 망상을 한 것이다.
  • 제6강령: 혼자만 재밌어하는 것인지 끊임없이 점검하라.
    이것 역시 아주 중요한 문제다. 여기서의 '혼자'란 기획자 본인만 뜻하지 않는다. 기획자 주변, 기획자의 근친, 기획자에 대해 다소나마 알고 있어서 객관이라 할 수 없는 모든 시선을 뜻한다. 객관적인 감상을 찾아라. 누군가가 욕에 가까운 비판을 하고 있다면 이는 매우 좋은 징조이므로 꼼꼼히 살펴 읽고 그 욕한 사람이 다시 더 욱할 만한 패치 버전으로 혹은 그 사람이 팬으로 변할 만한 어떤 반응으로 보답해 주어라. 그런 것이 없었다면, 당신은 학예회를 개최하고 있었을 뿐이다.
  • 제7강령: 맨 처음 생각했던 것에 매달리고 또 매달려라.
    당신은 그 맨 처음 아이디어 때문에 나머지 아이디어를 생각한 것이다. 절대 나머지 아이디어 중 일부 때문에 그 맨 처음 아이디어가 괜찮았던 것이 아니다. 수많은 망상 중 하나로 치부할 수 있었던 그 발상을 그렇게나 부풀리게 만들었던 그 최초의 아이디어를 잊지 마라. 또 기억하고 또 고집하라. 여건이 안 돼서 맨 처음 것은 실현하지 못하게 된다 할지라도, 하여튼 절대 잊지 말고 어떻게든 그것을 실현시켜 소원 성취해줄 것인지를 고민하라. 10년 이상 유지되는 기획에는 항상 초심이 지켜지고 있다.
  • 제8강령: 말로 개괄할 시간이 있으면 실행해 본 다음 그것을 보라.
    혼자 머릿속으로만 혹은 모두가 말로만 뭔가를 구상하는 회의실에서는 일이 될 것 같지만 사실은 될 일도 안 된다. '우리가 보고 싶어했던 그것'이 눈앞에 실물로 불완전하게나마 나타나면, 그전까지의 이러니저러니 하는 말장난은 아무 의미가 없어지고 논의는 바로 디테일로 넘어가게 되어 있다. 회의를 느닷없이 중단시키고 진척된 내용을 실현해 보라. 누워 있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불을 켜고 시작하라. 그것이 싫다면, 당신은 그냥 '나 이런 창의적인 사람이야' 운운 거들먹거리는 게으름뱅이에 불과하다.
  • 제9강령: 일반 대중이 실제로 접할 분량의 최소 3배 이상을 제작하라.
    한마디로 이것은 생각의 뿌리를 내리라는 의미이다. 식물의 잠재력은 뿌리에 있고 기획의 잠재력은, 나중에 따로 비하인드 설정이랍시고 공개하지 않으면 아무도 몰랐을, 표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발상과 재료와 구상에 있다. 누가 알아줄 것을 기대하고 구상하지 말라. 당신이 혼자 재밌어할 만한 끝없는 비밀 이야기를 쓰지도 말라. 그 아이디어의 무의식을 만들라는 말이다. 프로그래머들 버그 잡는 심정으로 왜냐는 질문, 어떻게 그러냐는 질문을 천번만번 계속하라.
  • 제10강령: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하고 뛰어넘어라.
    사실 하나. 현실에서, 당신의 기획을, 정말로 재밌게 지켜보는 사람은, 전혀 없다. 사실 둘. 현실은, 당신의 기획이, 없어도, 잘 굴러간다. 사실 셋. 현실에, 당신의 기획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변하는 건 없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당신은 천재가 아니다. 당신이 나타나서 이 모든 중원 무림을 평정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 좀 하지 말라. 비참하고 우스꽝스러운 진실이 있다면, 평범한 몇몇 인간이 아이디어 몇 개에 회까닥 돌아서 돈이니 평범한 가정이니 목숨이니 하는 것들을 팔아치워 그 발상에 죽자고 파고든 결과가 그 수많은 천재들이었다는 것이다.

 

쓰고 나니 참 무의미하고 서점 평대에 널렸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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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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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버전 v1.0, 원본은 여기

지구방위고등학교

Earth Defence Force Highschool

© Studio Animal, 2003~ / yuptogun, 2011~

필자의 변

앞으로 웬만해선 계속해서 다음 이야기를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써 보려고 한다.

이번 화에서는 연주 장면이 있다. 일설에 따르면 이 작품에 쓰려고 만든 데모 부틀렉이 스튜디오애니멀 본사 창고에 있다는 모양인데 실제로는 접해 보지도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은 필자가 상정한 이미지에 맞는 곡들을 가지고 억지로 묘사를 해 보기로 한다.

분량이 갑자기 길어졌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다. 13회 안에 구겨 넣으려다 보니 안배가 안 되기 시작하면서 좀 조급해진다. 원래 시나리오를 전부 하나가 되게 써 놓은 덕분에 토막을 내기가 어렵다.  발상을 바꾸어 읽을거리가 많아졌다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말이 너무 길어졌다. 나머지는 이제부터 재개할 서사로 말하겠다.


세팅이 끝났다.

사방이 콘크리트로 조악하게 마감되어 음악을 연습하기에는 한없이 부적절한 그 격납고 안에, 세미한 하울링이 무슨 환청 혹은 백색 소음처럼 울리고 있다.

소희가 마이크 스탠드를 붙잡고 앞으로 기대는 자세를 하고 있다가, 그녀의 뒤에 자리한 세 명을 한 번 쭉 둘러보고 물었다.

“준비됐지?”

잠시 후 형준이 스틱을 네 번 치고, 4인조 플래닛셰이커의 역사적인 첫 연습이 시작됐다.

지구방위고등학교

#2 우리는 지방고 플래닛셰이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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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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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방위고등학교 공식 안내는 여기

한애갤에는 복사해서 붙여 올리고 여기선 주소 링크만 걸겠습니다.
오래간만에 큰 작업을 하나 해보게 됐네요.

현재 버전 v1.1, 원본은 여기


지구방위고등학교

Earth Defence Force Highschool

© Studio Animal, 2003~ / yuptogun, 2011~

머릿말

이 이야기는, 지구의 평화를 실제로는 누가 지키는가에 관한 거대한 농담이다.

원래 90분 내지 100분짜리 장편 극장용 시나리오로 짰던 이야기를 1쿨짜리 TVA 시나리오로 바꾸다 보니 스토리 전개에만 260분을 소요하는 좀 늘어지는 듯한 시나리오가 됐다. 이 이야기가 만약 재미없다면, 그것은 순전히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두었던 원래의 엄청 재미있는 이야기를 어쩔 수 없이 TV판으로 수정했기 때문이거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지 못한 채 글로만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분명히 재미있었다.

나머지는 이제부터 시작되는 서사로 말하겠다. 미리 말해두는데, 이 농담은 아주 치밀하다.


원안

스튜디오 애니멀

그것이 다가오고 있었다.

거기서 카메라 줌을 아주 크게 당겨 잡으면, 저쪽에 조그맣게 창백한 푸른 점 하나가 보일 듯 말 듯한 거리에서부터, 어두컴컴한 무중력과 진공의 공간을 거의 일직선의 같은 속도로, 그리고 무엇보다 예전에도 그렇게 찾아왔듯이, 이번에도 지구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이.

각본

엽토군

화창한 화요일이었다.

지구방위고등학교 1학년 시공B반 교실은 창문을 있는 대로 다 닫고 있던 탓에 그 교실이 얼마나 시끄러운지가 밖에서는 잘 들리지 않았다.

오른쪽 턱을 괴고 창 밖으로 눈을 고정한 시공생 표동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아무 생각이 없는 표정이다. 햇빛이 사선으로 비쳐 들어오는 교실에서 혼자 무심하게 창 밖을 보고 있다니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같다. 그리고 잠시 후 동철의 책상 서랍에서, 그가 바라보고 있는 창문 너머에서, 전학생이랍시고 교실 앞문을 열고 미소녀들이 등장할 것인가? 그런 일은 한국에서는 없다. 대신,

“조용히 안 해?”

수업시간과 쉬는시간을 혼동하고 미친 듯이 떠드는 3류 실업계 고등학생들을 조용히 시키려고 애꿎은 교탁만 매질하는 미묘한 미모의 여교사가 있을 뿐이다.

동철은 그때에야 표정을 무슨 생각 비슷한 것이 났다는 표정으로 조금 바꾸며 교실 앞을 본다.

“조용히 하고 있었는데.”

감수

전경진, 김진혁, 허희정, 고지영, 장선녀, 조은수

쿠구구구구구구구...

그것은 낮고 육중하게 울리며 직감적인 공포를 일으키는 소리를 내며 푸른 별 지구를 향해 가속도 서행도 하지 않고―음, 잠깐, 방금 내가 진공의 공간을 날아오고 있다고 했던가? 그러면 그것은 소리를 낼 수가 없겠군. 다시 말하겠다.

(무음)(무음)(무음)(무음)(무음)(무음)(무음)(무음)(무음)...

그것은 별다른 소리는 안 내며 한결같은 속도로 푸른 별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협찬

디시인사이드 한국애니갤러리

동철이 고개를 반사적으로 앞으로 돌렸다가, 문득 오른편으로 시선을 옮겨 교실을 한 번 훑어본다.

국어 교과서를 구겨 판치기를 하는 놈들, 뛰어다니는 놈들, 불량식품 간식 먹는 놈들, 서로 낙서를 주고받는 놈들, 자는 놈들, 잠꼬대에 욕을 섞어 꽥 지르고 다시 자는 놈들.

음, 별일은 없다.

안심한 동철은 다시 앞을 본다. ‘교   훈’, ‘지구를 지켜라’가 걸린 액자 아래로 지구방위사를 가르치는 여교사 구지영이 서툰 솜씨로 몽둥이를 휘두르며 주의를 끈다.

“얘들아 집중 좀 해. 이제 끝났어. 정리해 줄 테니까.”

그 말을 듣고 집중을 하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동철은 선생을 보고 있었지만, 그건 그냥 달리 볼 것도 없는데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려 두면 혼나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에서였을 뿐이니 무효라 하겠다.

교탁에 내려놓았던 분필을 급하게 집어들며 선생은 말한다.

“자 다시 정리해보자. 뭐랬지? 10여 년 전만 해도 외계인이나 UFO의 정체는,”

칠판으로 휙 돌아선 지영의 오른손이 칠판 가득 어지럽게 적힌 글자들 중의 ‘無’ 자에 닿자마자 분필은 그 글자를 동그라미 치고 선생이 말한다.

“없는 셈쳤다고 했지?”

교사의 말이 칠판에 적은 내용과 큰 차이 없이 겹치기 시작하면서 동철의 귀에 선생의 말은 점점 들리지 않았다. 칠판을 가만히 살펴 보니, 판서는 크게 3단으로 되어 있었다.

그것은 현대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고비에 관한 것이었다.

UFO. 외계인.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이것들은 이 세상에 ‘전면적이고 총체적으로 등장’한 일이 없었다는 이유로 과학계로부터 이미 귀납적 존재 증명을 하지 못했다는 최종 결론이 내려져 있었다. 그 해 12월 3일까지만 말이다.

미 국방부는 그 날 있었던 일을 공식적으로 Invasion by Monster’s Falldown이라고 부른다. 한국의 지구방위사 교과서에 따르면, 그 날 “거대 외계도약체”가 서울 테헤란로에 낙하하여 2시간 가량 “축소”한 후 “급팽창”해 다시 날아갔다. 불과 9시간 동안 지구에 닿았다가 사라진 외계 생물은 우리에게만 25조 원 규모의 막대한 참사를 일으켰다.

당장 다음 해에 UN 직속 지구방위회의가 신설되었고, 전세계적으로 군비가 증강되었으며, 한미연맹은 한국전쟁 이후로 가장 강력해졌다. 우리나라는 그 외계도약체의 피해를 가장 적나라하게 받은 나라로서 특히 이 문제에 모든 관심을 쏟았다. 국민들의 대처 역량을 강화하고 한미연합 및 지구방위회의를 위한 전력과 인재를 증강하는 목적의 특수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지구방위고등학교’가 설립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동철이 칠판의 세 번째 단쯤을 보고 있는데 마침 교사가 목청을 높인다. 아마 수업시간이 지났는데 종이 울리지 않아 마지막으로 속도를 높이는 모양이다.

“그래서 너네가 이 명문 지방고에 다니고 있는 거잖니? 어때, 알아야겠지? 시험에 나오겠지?”

누군가가 핀잔을 준다. “몰라요.”

명문이었던 건 정말 한때였다. 그때 훈련은 본격적이었고 장비는 최첨단이었으며 학생들은 전세계의 기대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듬해에 ‘거대 외계도약체’는 오지 않았다. 다음 해에도 오지 않았다. 사실은, 그렇게 지난 지 벌써 10년째다.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다. 벌써 2027년인 것이다.

그리고 구지영이 무슨 핀잔인가를 더 주려는데 드디어 종이 울렸다. 선생은 급하게 교과서와 다른 소지품을 챙겨 나가며 마지막으로 잔소리를 한다. 사실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만큼 시끄러운 교실이었다.

“얘들아 제발 중간고사 준비 좀 해. 아무리 시공반이라지만, 응?”

누군가가 한 번 더 선생의 등을 떠민다.

“아, 어차피 또 시공반일 텐데요 뭐.”

이쯤 되면 그냥 빨리 나가는 게 상책임을 알고 있는 여교사는 앞문도 닫지 않고 1-시공B 교실에서 도망간다.

이제 이 학교에는 긍지도 없고 지구를 지킨다는 생색도 없다. 이제 지구방위고등학교, 줄여서 ‘지방고’는, 그냥 진학률 낮은 수많은 동네 골칫거리 3류 실업계 고등학교 중 하나일 뿐이었다.

말없이 지켜만 보던 동철은 입맛을 한 번 다시고는 머리를 벅벅 긁는다.

“아이씨, 공부를 하긴 해야 되네.”

혼잣말이 끝나려고 하는데 앞문이 세차게 탕탕거리며 옆 반에서 온 웬 놈이 “야 대박! 완전 대박!” 소리를 지른다.

동철도 그렇지만 웬만한 시공B반 학생들은 모두 다 그를 주목했다. 그가 뜸 들일 겨를도 없이 바로 결론을 말해 버린다.

“지금 신소희가 플래닛셰이커 얘기한대! 중대발표!”

교실이 순간 들썩이고 동철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있는데 눈치 빠른 몇 놈들이 창가로 뛰어왔다. 창가 자리에 앉은 동철이 그 주변 분위기를 한 발 늦게 파악하고 고개를 돌리려고 했을 때쯤, 이미 동철은 창 밖 운동장에서 무슨 일이 생기는가 하고 쳐다보려는 꼴통 시공생들 때문에 사방으로 우겨싸여 있었다.

간신히 밖을 확인하니, 세상에 무슨 싸구려 일본 드라마도 아니고 구령대 한가운데에 일렉기타를 멘 신소희가 마이크 하나 들고 위풍당당 서 있었고, 그 옆에는 생전 처음 보는 희한한 분위기의 동급생이 포커페이스를 하고 서 있었다.

소희가 학교 창문에다 대고 왼손으로 특유의 삿대질을 해 가며 외친다.

“야 잘 들어!”

가뜩이나 우렁찬 기차 화통 목청에 교장 전용 마이크 라인을 사용하니 안 들을래야 안 들을 수가 없었다.

“오늘부로 플래닛셰이커에 베이스가 생긴다!”

애먼 동급생들과 선배들을 삿대질하던 소희의 왼손이 그 포커페이스로 휙 돌아간다.

따라서 모두의 시선도 그에게로 휙 쏠린다.

“송형직이라고 한다!”

쿵!

“이번 기말고사 직후에 한 건 할 테니까,”

쿠웅!

“그런 줄 알고 있으라고!”

쿠구웅!

“이상!”

왠지 이리저리 카메라로 왔다갔다 해야 할 것 같은 강한 임팩트의 외마디 연설이 끝나고, 신소희가 “가자.”라며 형직의 어깨를 툭 치고 마이크 라인을 정리하고 있는데,

“헉, 헉, 헥헥...”

3층에서 한걸음에 뛰어나온 표동철과 하형준이 구령대와 정문 사이에서 헐떡거리며 신소희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 맞다.”

둘 중 누군가가 먼저 입을 떼긴 뗄 건데 숨이 차서 둘 다 말을 못 하고 있는 상황임을 파악한 소희가, 허리에 오른손을 얹으며 그들을 내려다보고 일러준다.

“내가 너네한테 먼저 말하는 걸 깜박했네.”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 애니멀

음, 방금 내가 아까 그것이 한결같은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고 했던가?

정정해야 할 것 같다.

다시 보니, 그것은 신소희와 하형준과 송형직과 표동철의 머리 위로, 지구로, 10년 전에 지났던 그 궤적을 타고―점점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지구방위고등학교 #1 이것저것 다가오고 있었다

제작

지구방위고등학교 입학처

새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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