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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설의 시작


관악산 밑 한 대학교 강의실의 어느 날
한 생물학교수가 열변을 했다
창조론은 미신이에요! 모든
생물은 합리적으로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해온 것입니다! 인간도
원생류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그리고
현생인류로 발전한 것이고요! 억에 하나
창조론이 사실일 것 같으면 우리 과학하는 사람들은
펜 놓고 산에 가서 주여 주여 굿하고 있게요?

다음날
이 교수가 퇴화(退化)를 했다는
그래서 오늘도 관악산에 원숭이 한 마리 숨어 산다는
도시 전설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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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시라이시 미노루의 모험 에피소드 5 중

이 노래가 또 제대롭니다. 들어봐야 압니다.


전부터 꼭 하고 싶던 짓,
시라이시 미노루의 모험(엔딩 메이킹필름, 럭키스타 DVD 특전 시리즈) 자막!
그 첫타는 최근 공개분인 에피소드 5입니다.
아직 청해는 녹록치 않아서(라기보단 그냥 왕초짜 수준인지라...) 오역 의역 엄청 많습니다.
지적을 목빠지게 기다립니다.

아래와 같은 메이킹필름이 나옵니다.
- 19화 엔딩 '사나이가 사는 법'
- 21화 엔딩 '시카이더의 노래'에 잠깐 삽입된 장면
거의 소개조차 되지 못했던 명곡 '나의 사랑하는 산타모니카'도 제대로 보이고요.

니코니코 동화 flv(39.6MB) 기준으로 작업했습니다.

Posted by 엽토군
:


미친 베가스 렌더링이 꼴았어요
렌더링할때 an error occurred while opening a codec이 뜨면 어떻게 해요?
Posted by 엽토군
:
나루에의 세계
(成恵の世界, 대원씨아이에서는 '엽기우주소녀')

작가: 마루가와 토모히로
출판사: 카도카와 서점
우리나라 정발 현황: 5권에서 흥행 실패로 중단됨
애니 제작 여부: Yes (12화, 상당히 낮은 질)

motif: 애니와 동일. 평범해 보이는 중학생 이이즈카 카즈토와 나나세 나루에. 그러나 나루에는 혹성 일본에서 온 외계인이다. 너무나 다른 세계에서 서로 만나 우정인지 애정인지를 쌓아가는 한 쌍의 바퀴벌레. 과연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등장인물들:

핵심인물

나나세 나루에(여) 주인공, 혹성일본 외계인으로 지구에 살고 있다. 카즈토와 만나기 전엔 항상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우주인으로 통했으나, 만난 이후로는 힘 좋고 가난하고 수학 못 하고 카즈토랑 평범하게 러브러브하고 있는 여중생이다.
이이즈카 카즈토(남) 주인공, 나루에의 남친으로 대쉬 성공, 평범하고 4호쨩을 사랑하는 오타쿠 중학생. 나루에와 교제를 시작한 이후로 남자의 길에 조금씩 눈을 뜬다(?).
나나세 카나카(여) 나루에의 언니, 광속여행으로 지구에 온 탓에 나루에보다 어리다. 언니다운 면도 있으나 대체로 응석꾸러기이며 어린아이다운 고집이 있다.
마루오 마사키(남) 카즈토의 유일무이했던 동료, 야구선수 지망생. 활달하고 약간 덜렁대며 전형적인 만화 주인공 소년의 이미지.
야기 하지메(여) 마루오의 소꿉친구, SF오탁후. 소설을 많이 쓰는 탓에 매사를 깊게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나루에에 대해 기분 나쁘게 생각했으나, 카나카의 개입으로 오해가 풀리고서부터는 애매호모한 친구 사이가 됨.
바티스카프(신차원호위함) 사람처럼 혹은 집처럼 선체를 개조할 수 있다, 바쁜 카나카의 어머니를 대신하여 카나카와 그 일족의 식모. 똑 부러지는 커리어우먼의 이미지지만 우주선치곤 정도 많고, 카나카를 대하는 기본 자세는 유모.
나가오카 시키(여) 나루에의 친구, 헌책방을 경영중. 동물을 좋아하며 특히 삐토라는 애완묘는 머리에 얹고 다닌다. 애니에 출연 못 했다.

감찰청 소속

테일 멧사 스즈키(남) 지구와 거기 살고 있는 외계인들을 돌보는 감찰청의 장. 이 작품 속 사태의 십중팔구는 이 인간이 장본인이지만, 아닌 척하면서 나나세 일가를 돕고 있다.
아사쿠라 린(감찰청 소속 첩보형로봇) 카즈토를 꾀는 작전을 시작으로 여러 작전에 투입되었으며 지구를 동경해 결국 지구에서 거주하게 된다. 린, 란, 레이 3총사에서 덜렁이, 마인드 컨트롤 펄스, 현장수사(날지 못하므로) 등이 전문.
텐도 란(감찰청 소속 전투형로봇) 씩씩하고 숫기 있는 성격이며 어릴 적에는 레이와 더불어 우등 로봇 축에 들었다. 3총사 안에서 사나이 및 딴지걸기, 그리고 육탄전 전문.
오토나시 레이(감찰청 소속 기동로봇) 정보 분석이나 냉철한 상황 판단 등의 역을 주로 한다. 이미지는 예의바른 언니지만 가끔 독설도 한다.
시라세(정보수집 및 통신연결함) 나루에가 머리에 찬 커넥터(카츄샤)로 텔레포트를 한다든지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시라세의 임무 중 하나이다. 그밖에도 각종 정보를 모으고 관리하고 여러 통신회선을 연결하기도 한다. 장난끼 많고 가벼운 캐릭터.

나루에와 이이즈카의 사돈들(...)

이이즈카 나루미(여) 카즈토의 누나. 아마도 회사원. 카즈토를 약올리곤 한다.
나나세 타다시(남) 나루에의 아버지, 前 감찰청 소속 요원. 사별과 이혼을 겪은 탓에 집안 운용이 서투르며, 직업은 공사판 노가다로 추리됨.
나나세 나루미(여) 타다시의 둘째 아내. 지구인. 지구에 파견된 타다시와 결혼하여 나루에를 낳고 사망. 시인을 지망했으며 착하고 수수한 왜녀로 설정된 듯하다.
나고시 하루카(여) 타다시의 첫 아내. 혹성일본인. 현재 함대를 지휘하는 함장이다. 카나카를 낳은 뒤 타다시와 이혼했다.

다른 러브라인 인물 및 기타

하루나(고속호위함) 성은 미즈시마 하루나였을 것으로 보임. 탈영전함. 어느 해안에 불시착했다가 아키오를 만나 연인이 되고 동거에 들어간다. 린에게 지지 않는 덜렁이 캐릭터.
시마다 아키오(남) 시마다 여관의 지배인 역. 하루나를 거두어들였다. 솔로부대를 염장지르는 유머가 특기.
쿠도 쿄코(여) 나루에의 학급의 같은 반. 남의 험담을 하기를 좋아하며 허세를 부리는 면도 있는 자존심 센 여학생. 연상의 남성이 취향임에도 어쩐 일인지 닛타와 어울려 준다.
닛타 아키라(남) 나루에의 학급의 같은 반. 도서위원. 소심하며 준 왕따를 겪은 일도 있는 듯. 나루에에게 고백했다가 멋지게 차임. 그러나 쿠도와 여러 인연이 생기더니 웬일인지 콤비가 되고 있다. 
4호쨩(여) 작중 만화 주인공, 공식명칭은 '사랑과 평화의 마포소녀 4호'.

추신: 등장인물 다 적자면 한이 없다. 시간 많으면 적어보겠다. 아 나 지금 시간 많구나(.......)

관련 참고페이지: 일본 위키피디아 '나루에의 세계', 현재 2ch의 최신 글판 【나루에의】마루가와 토모히로 21호쨩【세계】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 2기 좀 내줘라 카도카와아아 짜식덜아아아

Posted by 엽토군
:
분류를 2단계까지만 만들 수 있다는군요. 초보라 자세하겐 모르겠고 그래서 이렇게 합니다.
게시물 제목 맨 첫 단어가 뭐냐를 가지고 분류해 둡니다.
나중에 검색필드에서 이 단어만 입력하면 따로 쫙 모아서 보실 수 있겠지요.

nns: 나루에의 세계
mlt: 십대 로보토의 인생살이(My Life as a Teenage Robot)
szs: 안녕 절망선생 (애니와 코믹스를 아우릅니다.)
smb: 시라이시 미노루의 모험

(딱히 없는 나머지): 열외입니다.
Posted by 엽토군
:

퐝당한 계획

2007. 12. 15. 17:13

다음 주부터 도서관에 가서 KBS 역사스페셜 DVD를 처음부터 죄다 볼 겁니다.
국사 5등급 받아가지곤 어디 외국 나가서 나 싸우쓰코리언이요 자랑을 몬하겠어요.

지정석 따면 저용량으로 립핑 떠오겠습니다. 디씨 다큐갤 횽아들 기달려요. (믿으면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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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실패하진 않은 인생

2007. 12. 15. 15:18
오늘 정연이가 천호동까지 데려가서 닭갈비를 사줬다. 나름 생일선물이란다.
학교 끝나고 "밥 먹으러 갈래?"라고 할 때부터 집에 오는 버스 탈 때까지 감동이었다.
사실 내가 염치없다는 생각도 했는데, 말하기를, 내가 생일선물로 받은 필통이나 탁상달력을 두고두고 잘 써 주는 것이 감동이 온다더라. 그렇게 생각해줄 줄은 몰랐다.

그래도 난 실패한 인생은 아닌 거 같다.
찾아가면 같이 놀자는 사람들도 있고, 나름대로 이런저런 진지한 이야기도 가능한 녀석들도 있고, 밥 사준다는 친구도 있고 말이다.

왠지 대학 가면 넘들한테 많이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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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인문학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데 정말로 그렇다.
왜? 절대 망하지 않을 학문인 인문학이 스스로 위기라고 자처하니까.
세상이 있고 인간이 있는 한 문사철은 반드시 존재한다. 인문학 하는 사람들의 할 일은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근간을 마련해 주는 일이다. 본디 밑바탕은 있는 듯 없는 듯해야 하는 법이고 건물의 기초는 지하 몇 층으로 파고들어가서 떠받들어주어야 하는 법이잖은가. 안 보이지만 나머지 모두를 통해 드러내는 것이다.
인문학은 정신의 인프라고 뿌리이며 밑바탕이다. 그런 인문학이 자기 자리를 팽개치고 위로 솟겠다고 한다. 뿌리가 드러난 나무는 말라죽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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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하이쿠 두 개

2007. 12. 13. 13:45

어젯밤에 센류를 두 개 써 봤다. 말이 되는 소릴 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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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엽토군
:
안녕? 나 엽토군이야. 본명은 김어진이구. 지금은 그냥 형이라고 할게.
형이 글짓기 대회를 좀 많이 나가본 경험이 있거든.
그래서 그 경험 살려서, 너네들 앞으루 글짓기 대회 나갈 때 어떻게 글을 쓰면 상을 탈 수 있는지 좀 말해볼게.
이건 진짜야. 믿어도 돼.
형은 고리타분한 충고라면 딱 질색이야. 진짜 필요한 거만 말해줄 테니까 들어봐.

먼저, 글짓기 대회의 기본은 시와 산문(수필이라고도 하지만)이야.
이상하지 않니? 왜 설명문이나 논술이나 소설 같은 건 안 될까?
별로 큰 이유는 없어. 어른들이 복잡한 걸 싫어하거든.
대회 여는 어른들이 얼마나 피곤한 사람들인데. 너네들이 쓰는 글을 몇백 편 보는 게 그분들이 할 일이야. 그러니까 너무 대단한 거 쓰려고 하지 말고 시나 산문 둘 중에 하나 골라서 쓰도록 해. 괜히 새로운 거나 편한 거 쓰려고 하지 말고. 근데 이건 다들 알지?

아, 그리고 자기가 글을 못 쓴다고 생각하는 친구도 있을 거야.
겁 먹지 마. 너보다 평가는 잘 해 주시는데 글은 너보다 더 못 쓰는 심사위원 어른도 있어.
중요한 건 재주가 아니야. 얼마나 상을 타기 좋게 쓰느냐 하는 거지. 그걸 명심해.

그럼 시부터 말해볼까?
너희들은 시가 쉽니, 산문이 쉽니? 사실 창작하기로는 산문이 훨씬 쉽단다. 하지만 상을 받는 건 시가 훨씬 쉬워. 왜냐면 어른들이 좋아할 확률이 높거든.
왜 그렇잖아? 시는 야리꼬리하게 쓰잖니. 그게 심사위원들의 이목을 끄는 거야. 이상하지? 나도 그래.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면 될까? 간단해. 평범하게 쓰면 돼. 그러니까 평범하다는 건, 너네들이 스스로 생각해 보기에도 낯간지럽고 고상한 척하는 이상한 말들을 지어내가지고 주어진 소재를 그럴듯하게 꾸미되, 너무 오버하지 않는 거야.
왜 그걸 평범하다고 하느냐면, 사람들은 이상하게 시라는 걸 고상하고 세련된 은빛 고차원예술로 생각하거든.
사실은 절대 아냐. 시야말로 가장 얼굴이 다양한 문학이야. 하지만 평범한 심사위원 어른들이 갖고 있는 평범한 시(詩) 세계에 맞춰서 작품을 써야 상을 타니까, 그래서 평범하게 쓰라는 거야.
예를 들어 소재가 '단풍'이라면, 별거 없어.
'붉은 단풍이 어머니처럼 우아하게 떨어진다' 하는 식으로 써.
어머니가 우아하게 떨어지는지 둥실둥실 뜨는지 내가 알 게 뭐람? 닭살 돋아. 하지만 이런 식으로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심사위원들도 혹하는 표현을 한두 개쯤은 쓸 수 있게 돼. 정말이야.
그리고 '상투적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 뻔한 걸 상투적이라고 해. '누울 수 있을 거 같은 구름' 같은 건 누구나 하는 생각이잖아? 그런 표현을 시를 쓸 때 쓰는 거야.
근데 주의할 점. 떠오른 생각 중 상투적인 생각만 골라서 쓰려고 하지는 마. 그건 오히려 더 실패하니까.
내 친구 중에 글짓기 나갔다 하면 시만 쓰고 오는 애가 있었어. 근데 상 탈 건 다 타더라고.
걔가 평소에 말하는 거랑 글쓰는 거랑 완전 다른 애거든.
써논 거만 보면 조선시대 사람인데 친구랑 떠들고 노는 거 보면 21세기 소년이야.
어떤 느낌인지 알겠니?

산문은 어떻게 쓰면 될까?
결론부터 말할게. 착하게 써.
한순간 바른생활 교과서의 인수나 수영이가 되어서 세상과 글감, 그리고 심사위원 어른들을 바라보면서 쓰면 돼.
세상을 조금이라도 부정적으로 보거나, 기분 나쁜 단어 하나라도 잘못 넣었다간 그대로 탈락이야. 얌전하고 예의바른 글을 써 줘야 해.
왜냐고? 산문은 모든 글 종류 중에서 글쓴이가 가장 잘 드러나는 종류야.
근데 대회를 개최하는 어른들은 너네들이 아주 순수하고 올바르길 바라거든.
(솔직히 자기들은 안 그러면서 말야, 그지?)
그리고 그걸 자기네들이 벌인 재롱잔치에서 확인하고 싶어해.
아직 이 땅엔 컴퓨터 오락과 TV, 만화, 폭력물 등등(어른들은 이게 뭐가 그렇게 무서울까? 사실 이런 거 안 좋아. 근데 어른들이 좀 오바한다, 그지? 그런거 만들어주는 것도 다 어른들이면서)에 물들지 않은 아이들이 있고, 그 아이들이 써 준 글을 통해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거나 몸바쳐 일하고 있는 일의 미래가 밝다고 믿고 싶어해.
형이 하는 말 알겠니?
맞어, 그거야. 어른들이 너희들의 글을 봤을 때 평범하고 착하고 그래서 예뻐 보이면, 어른들은 그 글이 곧 너희들일 거라고 믿어. 그리고 기분 좋게 너희들에게 상과 기념품, 상품권을 주는 거지.
그리고 혹시 이 중에 세상엔 잘못된 일이 많다고 생각하거나, 왜 그런지 혹은 꼭 그래야 되는 건지 궁금한 게 많은 친구 있니? 혹시나 있다면 이런 말 해서 미안하지만, 차라리 시로 승부해라.
어른들이 제일 좋아하는 글은 귀엽고 재롱부리는 글이야.
그럼 제일 싫어하는 글은 뭐게? 기어오르는 글.
어른처럼 생각하고 어른들한테 말대꾸하는 글을 어른들은 제일 싫어해.
대견하다고 해주진 못할망정 '버릇없다', '반항적이다' 등등으로 혼을 내.
(자긴 절대 안 그런데 말이지.)
그러니까, 아무리 산문이 자유로운 글이라지만 절대 자유롭게 쓸 수 없어.
물론 쓸 수는 있지. 아무도 혼내지 않아.
다만, 친구의 그 멋진 글은 혼자 쓰고 혼자 좋아하고 쓰레기통으로 곧장 들어가는 신세가 돼.

그리고 절대 아는 척하지 마.
너희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이야. 적어도 너희의 글에선 그게 물씬물씬 느껴져야 해. "이건 이렇고 저건 저러니까 이런 건 옳고 저런 건 그르다! 잘못됐다!"라고 쓰면 채점도 안 해주실 거야. 왜? 싫으니까. 마음 편하고 기분 좋은 글이 얼마나 많은데!
형은 대회 나가서 주로 산문을 썼는데, 생각해 보면 그 하고많은 산문 중 제대로 상을 타 본 경험은 없었던 거 같아. 주로 논설문을 썼거든.
왜냐면 다른 애들이 입에 발린 글만 붕어빵 찍어내듯이 쓰는 게 보였으니까.
그래서 난 남들관 다르게 나 자신에게 충실하고 솔직하게 글을 쓰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웬걸, 아니더라고.
솔직히 말해서 나 고등학교 들어와서 글로 상을 타 본 일이 거의 없어. 항상 그렇게 썼거든.
남의 비위를 맞추기가 너무 싫었어. 하지만 그래서는 상을 탈 수가 없더라고.
형이 잘난척을 하고 아는 체했기 때문에 상이 돌아오지 않았던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혹시 수기(주제와 관련하여 겪은 일을 적어가는 수필의 일종)에 응모하려는 친구 있니?
이거 하나 반드시 기억해. 엄마 졸라서 담당기관(대회를 개최하는 곳)을 찾아가서 잘 보면, '우수작 사례집'이라는 게 반드시 있어. 그걸 야릇하게 베끼면 단박에 붙어.
좀 오래된 글을 베껴야 해. 눈치챌지도 모르거든. 한 4년쯤 지난 글부터가 베끼기 좋아.
그래도 되냐고? 돼.
베끼든 안 베끼든 상을 타는 수기들은 어차피 그게 그거야. 결국 '그분들(아니면 그것)이 우릴 행복하게 해 주었다'라는 얘기일 거 아냐. 솔직히 안 그래?
정 마음에 켕기면 베끼진 않더라도 한번 쫙 읽어보기만 해도 좋아.
그러고 나면 아마 친구가 처음 쓰려고 했던 건 절대 쓸 수 없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중학교 2학년 때 형을 가르쳐주시던 국어선생님이 계셨어.
내가 글재주가 있다면서 온갖 대회에 다 데리구 다시니더라고. 솔직히 그땐 창피했지. 상도 잘 못 타오는데 왜 이러시나 하고.
근데 그게 다 이런 경험이 되어서 이렇게 말해줄 수 있는 밑거름이 됐나 봐.
난 상을 하도 못 타서, 고민했고, 그 결론이 이거야. 형은 항상 형 주관대로 글을 썼고, 그래서 상을 타는 데 실패했어. 그렇다면 그 반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꼭 좀 당부할게.
형이 이렇게까지 말해 줬으니까, 꼭 글짓기 대회에 나가 줘.
글짓기 대회는 학교에 나가는 청소년의 특권이야. 어른이 되면 하고 싶어도 못 해. 잘 생각해 봐. 어른이 글짓기하는 거 본 적 있나.
그러니까, 꼭 부탁한다. 대회 나가서, 형이 말해준 대로 한번 좀 써 주라. 그리고 상을 타나 못 타나 봐서, 형한테 좀 알려줘라.
형은 진짜 궁금하다. 만약에 형이 쓰라는 대로 써도 아무도 상을 받아올 수 없다면 형은 이제 전국적으로 난무하는 글짓기 대회를 제재하자는 법안을 청구할 생각이야.
근데 아마 잘 될 거야. 너희들은 훌륭하니까. 꼭 좀 부탁해.

그리고 상 많이 타라. 남는 건 자격증이랑 성적이랑 상밖에 없단다.
특히 고등학교 때 상 많이 타야 해. 그래야 대학교 가.
내가 이렇게 짜증날 정도로 길게 쓴 것도 결국 너네들 상 타라는 마음 때문에 그래.
글 많이 쓰고, 그래서 상 많이 받아라. 그래서 훌륭한 미래 대한민국의 주역이 되어다오. 물론 이런 방법이 먹히는 글짓기 대회에서 너희들이 쓴 원고지와 받아 온 상장과 상품들을 쌓으면, 권위적 위선과 온갖 허구적 고정관념 그리고 평가지상주의가 꽃피는 재롱잔치가 되어 있겠지만 말야.

P.s 1
아 맞다. 그리고 이거 딱 하나만 기억해. 다른 거 다 몰라도.
어른들은 말야, 상장을 주고 너희들의 글을 '사 간다'. 형도 몰랐거든? 근데 너희가 상을 받는 순간 너희들은 너희의 글을 그 어른들한테 상장 하나 받고 '파는' 거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예를 들어 너네가 한국수자원공사 물사랑 글짓기 나가서 시 쓰고 상 타잖아?
그러면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너네가 쓴 싯귀를 광고에 쓰든,
무슨 예술작품의 한 부분으로 당당히 채택하든,
심지어는 그 지은이 이름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님 이름으로 바꾸든(이건 좀 심했나?!) 너희들한텐 돈 한 푼 돌아오지 않는다는 거야. 사실은 돈을 상당히 많이 줘야 되는데도.
왜냐구? 그 대회 포스터를 보면 조그만 글씨로 이렇게 써 있을 테니까.
"…단, 채택시 해당 작품의 저작권은 주최측에 귀속되며…"

P.s 2
저도 길게 썼으니 답도 진지하게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트랙백 많이 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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