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백 소고

2009. 9. 1. 11:27

공백 소고


여기는 한 페이지 찬집이다

세상에는 싯귀보다 행간이 더 많고
행간보다 공백이 더 많다
그 여백은 빈곤하거나 아름답거나 견딜 수 없이 가볍고
공백을 메꿔나가면 삶이 된다

맨 공백 한가운데 자기 손바닥 하나 찍고 죽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는 그들을 거장이라고 부르고
보통은 남의 의논과 도장을 새겨 공백을 메꾸는데
글 한두 줄 건질 만한 벽화만하다
성인군자들은 두어 문단 적다 죽었고
폭군들은 낙서를 갈기다 죽었다
그리고 아직 공표는 못 할 지각판 위의 글재주들

세상에는 싯귀보다 행간이 더 많고
행간보다 공백이 더 많다
여기는 한 페이지 찬집이다, 이 세상은

'1 내 > ㄴ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훈련소  (14) 2009.11.15
지구종말에 관한 지나치게 짧은 일화 하나  (2) 2009.09.09
盧武鉉  (3) 2009.05.25
대학교 운동장  (2) 2009.04.11
바퀴벌레  (2) 2008.10.11
Posted by 엽토군
: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797)
0 주니어 PHP 개발자 (7)
1 내 (320)
2 다른 이들의 (254)
3 늘어놓은 (37)
4 생각을 놓은 (71)
5 외치는 (76)
9 도저히 분류못함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달력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